[해남=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해남군과 환경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환경연구원이 후원한 해남군 기후변화대응전략 세미나가 5월3일 해남군청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윤재갑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김석순 해남군의회 의장을 포함한 기후변화시대 농식품 분야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각 분야별 전문가가 초빙됐다. 특히 윤재갑 의원은 기획재정부 기후변화대응센터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위해 해남군과 타당성 근거 준비를 주도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개회사에서 농산물 생산량과 생산자 수익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기후위기를 해남군이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명 군수는 ”기후위기가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는 현재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해남군은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농업연구단지를 조성해 우리나라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응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24일 해남군에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조성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음을 알렸다.

해남군 기후변화대응전략 세미나 준비가 시작된 것은 이보다 이전이다. 세미나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는 예타 통과 전 명현관 해남군수를 만나 전라남도, 대한민국을 넘어 농식품 분야에서 기술과 과학적 지식, 재정과 정책을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남군에 제안했다. 명 군수는 김 대표의 제안에 해남군 기후변화대응전략 세미나 개최로 답했다.

세미나 환영사에서 이미화 환경일보 발행인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준비와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 중심의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성공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 노하우가 공유돼야 할 것”이라며 “해남군에서 열리는 세미나가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도전과 기술 교류를 본격화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진행으로 시작된 종합토론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및 ESG, 택소노미(Taxonomy) 분야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자리했다. 과수·배추 농가에서는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국회 차원에서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는지도 토론 의제로 올라왔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최초 5명의 토론자가 7명으로 늘기도 했다.

기후대응 목표에 모두가 기여한다는 것이 성공 전제

‘기후변화가 유럽의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김미경 주한EU 대표부 통상담당관은 “유럽은 해안, 지중해, 아한대, 대서양, 대륙, 산악지역별로 기후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통상담당관은 해안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 염수 유입이 발생하고, 지중해 지역에서는 강수량 증가, 폭염, 농업용수 수요 증가, 작물 수확량 감소, 가뭄, 생물 다양성 손실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럽의 위기 상황을 전했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기후위기로 포도 품질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EU(유럽연합)는 기후위기로 농식품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가 타격을 입자 2050년까지 기후중립 대륙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1990년 기준 55% 이하로 감축한다.

김미경 통상담당관은 ”점점 강도를 더하는 기후변화에도 EU는 55% 이하 감축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EU의 방향성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EU는 올해 1월1일부터 공동농업정책((2023~2027)을 시행 중으로, 지리적인 요건, 풍토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농업 분야 기술연구개발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EU는 총 83개 R&D 참여 공통과제를 이행 중이다.

김미경 통상담당관은 ”한국은 농업 분야를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에 더 많은 국내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유럽의 경우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를 세우고 기여한다는 전제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압박으로 변화한 네덜란드 정부 정책과 기업

이주원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상무관이 ‘네덜란드 탄소중립’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는 사이 김영록 전남지사는 네덜란드에서 원예기업 쿠보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와게닝대학교 국가연구시설인 시설원예연구소를 살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에서 협력 사업을 발굴·추진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주원 상무관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악당으로 불리던 네덜란드가 변화하게 된 것은 시민의 요구였다”며 “파괴된 환경과 기후변화로 손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의 요구로 정책이 바뀌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민단체, 기업, 지방정부와 함께 만든 것이 네덜란드 기후협약”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UN 산하 기후변화 대응센터 노스테르담 유치에 성공했다. 이곳에서는 해외와 기술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및 기후적응에 대한 사업을 진행한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했고, 산업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더디게 진행됐다.

네덜란드 기후협약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민과 기업, 정부의 기조는 변할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됐다. 시민이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 기후위기와 기후환경 변화에 대처하도록 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 상무관은 “네덜란드 지역의 절반 정도가 해수면보다 낮아 생명의 위기를 함께 겪는 기업과 시민,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을 기후협약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지역 지속가능성 관리 책임 주체 ‘지방정부’

박연희 이클레이(ICLEI, 세계지방정부협의회) 한국사무소 소장은 지방정부의 책임에 대해 짚었다.

발표에 앞서 박 소장은 청중에게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공의 책임이 무엇일지 물었다. 답은 박 소장이 소속된 세계지방정부협의회를 통해 알 수 있다. 세계지방정부협의회는 ‘지방정부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주체’라고 정의한다. 세계지방정부협의회는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방정부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국제 단체다. 전 세계 2500개 지방정부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남을 포함한 56곳의 지방정부가 가입돼 있으며, 해남군은 아직 회원이 아니다.

박 소장은 “세계지방정부협의회는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성과를 낸 해남군에서 논의되는 의제와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농업과 해남군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이슈인 지방소멸을 포함한 지역 현안을 기후변화와 연계해 어떻게 세밀한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난 30년간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지방정부 역할 논의가 이어져 왔다”며 “최근에는 유엔협약이행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지방정부와의 협력과 성과를 포함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결정문에서 ‘지방정부가 글로벌 협약이 잘 실현되도록 역할을 해야 할 공식 역할자’임을 명시했다.

박 소장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해남군과 전남, 대한민국, 세계는 모두 연계돼 있다”며 “당면한 전 지구적 이슈인 지속가능성 위기 극복에 해남군이 행동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아열대 작물 재배, 소득 기대와 우려 공존

조윤섭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장은 기후위기로 해남군 농가가 처한 직접적인 위기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조 소장은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이 이어진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전라도를 포함한 충남 일부까지 아열대기후대로 전환될 것”이라며 “아열대기후에 맞춘 과수 재배가 농가에 새로운 소득이 창출될 수 있지만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후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전남과 해남에서는 기후변화로 무화과, 키위, 유자 수확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유자는 한국의 남해와 일본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중국, 미국에서 유자차 등으로 대량 수입해 농가 수입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조 소장은 “노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아열대 과일과 봄냉해를 받기 쉬운 조생종의 경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농민들이 아열대 작물 재배 후 신종 병해충이 나타날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아열대 과수 재배 성공이 어려운 점으로 ▷초기 높은 시설투자비와 리스크 ▷신규 과종에 대한 국내 재배 정보 및 노하우 부족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 문제 ▷스마트팜을 지을 경우 드는 막대한 비용 ▷유통 문제 ▷재배기술을 안전하게 받아서 잘 시행해야 하는 문제를 들었다.

조 소장의 업무는 남해안에서 아열대 과수를 포함한 농가소득을 지원하는 연구개발, 시범사업, 우수농가 발굴, 교육 등이다.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조 소장은 “아열대 과수 재배 노하우를 제주도 등에서 벤치마킹하고 농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재배 매뉴얼 보급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바이러스·충해 발생 빈도 증가

조윤섭 소장이 아열대 작물로 농가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 배추는 해남의 전통적인 농가 소득 작물이다. 재배면적도 전국에서 가장 넓다.

임종훈 더기반 육종연구소 배추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배추 농가 피해를 우선 소개했다. 이상기후로 배추에서 버티실리움, 반쪽시들음병 등 새로운 병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더불어 총채벌레, 진딧물 등 바이러스 매개충도 증가 추세다.

이렇게 새로운 병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종묘업계에서도 모든 품종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품종을 개발하더라도 농민이 시범재배를 해주지 않고 기존에 했던 것을 하려는 것도 새로운 품종개발에 장애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금 같은 기후변화 추세라면 농가 입장에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해남 월동배추 재배보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봄배추 재배 선호도가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임 연구원의 설명이다.

현재 해남과 진도에서 노지 봄배추 재배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터널 없이 재배해 작황도 좋았다는 것이 임 연구원의 전언이다.

임 연구원은 “기후변화 속에서 배추 재배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지자체 시험포를 활성화하고 해남에서도 기후변화에도 피해를 안 보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배추품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관행에 따른 재배에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작부 체계(새로운 작형, 신재배 기술)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SG 주류화 시대, 지자체의 역할은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탄소중립 시대, ESG가 주류화 되고 있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한경 대표는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 기능과 기후변화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전제는 예산이다. 지자체가 집행하는 예산이 기후변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분류하고, 영향도를 체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 공시에 ESG 공시항목이 강화된 것처럼 지자체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영역 평가가 의무화된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공공기관은 Scope 3까지 공개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제도화했다”며 “공공기관에 저탄소 제품이 조달되면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Scope 3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cope 3는 협력사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거나 제품 판매 후 운송 또는 처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Scope 3 공개 제도화를 이 대표가 언급한 것은 해남군이 저탄소 인증 농식품 생산량이 많고, 이 부분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래의 유니콘 기업은 기후테크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 세계적 관심사인 농식품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기업이 해남군에서 나온다면 유니콘 기업 탄생도 희망 사항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해남군에 농업 분야 기후테크 분야를 유치하고 다양한 규제, 특례 등 여러 가지 여건을 조성해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이 나타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남군만의 기후변화대응센터 활용 방법 찾아야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박사는 기후변화대응센터는 해남군에 조성되지만 사업은 대체로 전국을 아우르는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 과제를 중심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농식품 분야는 육지 및 수생태계 영향 및 대응과 관련이 있는 다부처 사업으로 수자원공사, 기재부, 환경부와 연계된 센터를 해남군이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센터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해남군은 기후위기의 지역적 특성 파악, 기후기술 적용, 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이루고 농식품 분야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해남군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익수 편집대표이사는 종합토론을 마무리하며 ”오늘 발표로 모든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대신 희망을 봤다. 세미나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발표를 통해 제시된 여러 가지 대안들을 해남군에서 검토해 선진사례 군이 되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suny80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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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기후변화 대응 핵심거점 ‘해남’위기의 대한민국 농업 이끈다 < 환경·생태 < 환경뉴스 < 기사본문 - 환경일보 (hkbs.co.kr)